노조법 개정안, 위헌소지·파업조장 등 부작용 많아
① [위헌 소지] 재산권·재판청구권·평등권 침해 소지
② [기존 법질서 배치]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 위배는 물론 노조법 내에서도 충돌
③ [경영권 제한] 자동화 설비·신기술 도입, 순환배치, 공장이전도 파업 대상
④ [산업현실 괴리] 하청업체·협력업체 생태계 약화 우려
⑤ [노사갈등·피해 확대] 파업조장 우려,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
[파이낸셜경제=김윤정 기자]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위헌 소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파업을 조장해 산업피해를 키울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 허창수)는「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 주요 쟁점>
구분(노조법) | 내용 |
노동쟁의 개념 확대 (제2조 제5호) | ①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확대 ② 노동쟁의 대상에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 명시 |
법 적용 대상 확대 (제2조 제1호, 제2호) | ① 근로자성 :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확대 ② 사용자성 : 사실상의 영향력·지배력 행사하는 자로 원청 사용자성 인정 |
손해배상·가압류 청구 제한 (제3조 신설) | ① 폭력·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금지 ② 폭력·파괴가 노조에 의해 계획시, 노조 임원이나 조합원에 대한 청구 금지 |
손해배상액 제한 및 경감 (제3조 신설) | ① 손해배상액 상한을 조합원수, 재정 규모 등 고려해 설정 ② 쟁의행위 원인과 경과, 재정 상태 등 고려해 감면 허용 |
① [위헌소지] 재산권·재판청구권·평등권 침해 우려 높아
전경련은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23조에서 명시된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부 노조법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도 노조에 의해 계획되었다면 노조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고 있으며, 노조에 대해서는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손해배상액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게 발생하는 재산상 손해를 보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상 재산권 행사를 금지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개정안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어, 헌법 제27조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재판청구권)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노조에게만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프랑스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법 개정이 추진되었으나, 피해자의 권리, 법적 평등 및 공적책임의 평등 면에서 헌법에 반한다고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 노조권 보장을 위해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경련은 “이미 현행 노조법(제3조)은 정당한 파업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해 노조권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권은 합법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지, 불법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② [기존 법질서 배치]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 위배는 물론 노조법 내에서도 충돌 우려
노조법 개정안은 민법(제7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를 위배하고 있다. 대법원*도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대법원 판례 :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말미암은 손해에 국한되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3.25. 선고 93다32828, 32834 판결 등)
또한 노조의 폭력이나 파괴행위의 경우에도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발생한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전보배상주의’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법적 형평성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행 노조법 제38조는 다른 근로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근로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파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어서 양 조항 간 충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노조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노조법 개정안은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고 있어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원청 사용자는 모든 하청업체와 교섭 의무가 있는지, 원하청 노조를 단일화해야 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③ [경영권 제한] 자동화설비·신기술 도입, 순환배치, 공장이전도 파업으로 저지?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도 추가하고 있다. 전경련은 노사 간 이견이 있으면 파업이 허용되기 때문에, 자동화 설비 및 신기술 도입, 임직원 인사, 순환배치, 공장 이전과 같은 경영권도 파업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쟁의 범위에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노조는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의 조치에 대해서도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 대법원 판례 :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3.2.11.선고 2000도4169 판결, 2003.2.28. 선고 2002도5881 판결 등)
④ [산업현실 괴리] 하청업체·협력업체 생태계 약화 우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이 하도급 관계가 불가피한 조선, 건설, 제조 등 국내 주력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업종은 대표적 노동 집약 산업이자 경기에 민감한 업종으로 전문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많은 원하청 기업들이 고유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은 62.3%, 건설업은 47.3%로 다른 산업에 비해 하도급, 파견·용역 활용 비중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하도급 활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해외 협력업체 활용, 생산시설 해외 이전 유인이 커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 관련 산업의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⑤ [노사갈등·피해 확대] 파업조장 우려,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이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보다 파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유인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파업이 잦다. 지난 10년간(‘10~‘20년)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가 38.1일로 일본(0.2일)에 비해 190.5배나 높다. 미국(8.2일)보다는 4.6배, 독일(4.6일)보다는 8.3배 높은 수준이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도 사업장 및 공공시설 점거, 봉쇄·물류방해, 고공농성, 폭행·재물손괴 등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택배노조, 화물연대 등에 의한 불법행위는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소비자들과 자영업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끼친 바 있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파업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주주나 근로자, 지역 소상공인 등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 우려하며, “지금은 불법행위에 대해서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관련법을 개선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응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경제 / 김윤정 기자 goinfo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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