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길 / 임 보(林 步) 시인
강물 위에 앉았다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수천 마리 철새 떼들의 일사불란...
그들은 길 없는 허공 길을 평화롭게 날아
그들의 고향에 이른다
바다 속을 헤엄쳐 가는
수만 마리의 물고기 떼들
어떠한 암초와 수초에도 걸리지 않고
수만 리 길 없는 물길을 거슬러
그들의 모천에 닿는다
그러나
이 지상에 수천만의 길을 만들어 놓고도
제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좌충우돌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사람들
그들은 고향도 모천도 못 찾고 허둥댄다
길이 없으면
세상이 다 길인데
사람들은 길을 만들어
천만의 길을 다 죽인다
임 보 시인은 전남 곡성 출신. 1962년 서울대 국문과 졸업. 으로 등단함. 전 충북대 교수. 시집에 등 다수. 시론서에 등 다수. 현 월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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