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숨은 고양이 / 정유광 시인
영산홍 긴 이랑 사이로
바람이 피아노를 치는 목련나무 그늘에
고양이 울음이 들려왔다
누릴 수 있어도 소유할 수 없는 쉼터에
허기진 배 채우고도 그래도 배고파
노작지근한 햇살 베고 누어 있다
잠시 경비원의 무심함이
한낮의 풍경화로 어색한데
허리를 웅크리고 푸른 눈 허공을 할퀴어 보다가
그의 굽은 그림자가 편광에 쏠리자
야옹야옹 재빨리 창문을 기웃 거렸다
옷음소리 밥 먹는 소리 TV소리가 울음을 키웠다
하얀 꽃잎은 울음을 달래려 내려온 천사
주인의 발에 보드라운 털을 비비고
밥을 먹던 기억이 하나둘 계단 앞에 쌓였다
고양이의 울음이.
정유광 시인은 2015년 현대시선 동시 신인문학상 수상하였으며 한국문단 제1회, 2회 남양주 별내문학제 차상 수상.
두례문학 동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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