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해 지는 날 / 은월 김혜숙 시인

조기홍 기자 / 기사승인 : 2016-09-28 06: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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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해 지는 날 / 은월 김혜숙

 


하루하루 달그락대고
밤이 되면 밀려드는 무게감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저기서
깊숙이 세월 싸매고 우왕좌왕
시간이 흐르면 뭘 했을까
뒤돌아본다


우물을 파고 몸에서 샘이
솟아나는 피로감이
오목하게 똬리를 친다
가을 탓해야 하나
계절이 삐그덕
싸리문을 열며 고개 내미는
하루가 버겁다
살아가는 것이 낙하이면
눈뜨는 일도 두려운 것

슬며시 오목하게 조여오는
조용한 손이 보듬는다
잘 지냈으니
더 견뎌보자고 다둑이는
안 보이는 곳에서 힘 보태며
무언가에 삶을 재정비하듯
가을 창공에 마음 띄우는 날
솜털 구름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싶고 실컷 울고 있는
하늘이 오목한 하루

나팔꽃은 주먹을 꼬옥 쥐고 있다.



김혜숙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현대시인협회 간사,
서울문학 문인회 이사, 우이시회 회원, 시가 흐르는 서울 낭송회 이사, 현대시인협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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