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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하루_포스터 |
[파이낸셜경제=박영진 기자] (재)부산문화회관은 오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사랑채극장에서 '2026 신진청년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개발 지원사업'의 결과 공연인 인형극 '그의 하루'를 선보인다.
부산광역시와 (재)부산문화회관이 주최하고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후원하는 ‘2026 신진청년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개발 지원사업’은 지역 청년예술인이 실제 공연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창작 역량과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전형 예술인 육성사업이다.
올해는 국내 인형극계를 대표하는 전문예술단체 예술무대산과의 협력 제작을 통해, 부산 청년예술인들이 인형극과 오브제극, 움직임극, 퍼펫티어 등 새로운 공연 언어를 직접 배우고 무대에서 구현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청년예술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제작 현장
‘신진청년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개발 지원사업’은 지역 청년예술인에게 단순한 출연 기회를 제공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참여 예술인들이 연습과 창작, 무대 기술, 홍보 등 공연이 완성되는 전 과정을 경험하며 전문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지난 사업에서는 무용과 국악을 결합한 '수퍼타이거'(2022), 창작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2023~2024),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25)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했다. 올해는 부산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인형극 기반의 비언어·움직임 공연으로 장르를 확장한다. 배우가 자신의 신체와 표정, 움직임을 통해 인물만 연기하는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가 인형과 오브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퍼펫티어가 되고, 때로는 인물의 감정을 형상화하는 광대이자 무대 공간을 구성하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참여 청년예술인들은 대사 중심의 연기를 넘어 신체 표현, 공간 감각, 오브제 조종, 앙상블 움직임 등 새로운 창작 방식을 경험한다. 부산문화회관은 특정 장르의 기술을 단기간에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예술인들이 다양한 공연 언어를 이해하고 자신의 표현 영역을 넓혀갈 수 있도록 연습과 제작 전반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사보다 움직임, 개인 연기보다 앙상블을 살핀 특별한 오디션
이번 작품의 참여 예술인 선발 과정 역시 기존의 대사·연기 중심 오디션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서류 및 자유 움직임 영상 심사를 거친 지원자들은 2차 오디션에 참여했다. 오전에는 지원자별 일대일 대면 오디션을 통해 사전에 제공된 지정 움직임을 직접 시연하고, 작품 참여 동기와 창작 경험 등을 확인하는 면담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오디션 참가자 전원이 함께 참여하는 그룹 워크숍이 이어졌다.
그룹 워크숍에서는 개인의 움직임 기량만을 평가하기보다 다른 참여자와 움직임을 주고받는 방식, 공간과 오브제에 반응하는 감각, 즉흥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앙상블 안에서 협력하는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1차 서류 및 영상 심사와 2차 지정 움직임 오디션·워크숍 심사를 실시한다는 기본 선발 방향은 앞서 공개된 오디션 공고에도 반영됐다.
공개 오디션 이후에는 작품 구성과 배역에 필요한 인원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예술인 추천과 개별 발굴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도 공개 오디션에서 활용한 동일한 지정 움직임 영상을 제출받고, 대면 심사 또는 실시간 온라인 면담을 통해 움직임 수행 능력과 작품 참여 의지를 확인했다. 모든 참여자에게 작품 특성에 맞는 기본적인 움직임 검증과 면담 절차를 적용한 뒤, 공개 오디션 선발자 9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청년예술인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선발 과정은 완성된 기술을 갖춘 배우만을 찾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낯선 장르에 도전하려는 태도와 움직임의 가능성, 참여자 간 협업 능력까지 함께 살펴 작품 제작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청년예술인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형극과 퍼펫티어, 움직임극은 지역 청년예술인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짧은 기간 안에 새로운 움직임과 오브제 활용 방식을 배우고 공연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부담도 오디션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장르일수록 새로운 훈련과 창작 경험의 가치가 더욱 크다. 부산문화회관은 앞으로도 청년예술인들이 낯선 장르에 보다 편안하게 접근하고 충분한 훈련을 거쳐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제작 지원을 더욱 세심하게 이어갈 계획이다.
대한민국 대표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의 협력 제작
'그의 하루'는 국내 인형극계를 대표하는 전문예술단체 예술무대산과의 협력 제작으로 완성된다.
2001년 창단한 예술무대산은 인형과 오브제, 배우의 신체 움직임을 결합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달래이야기', '손 없는 색시', '로미오와 줄리엣', '그의 하루'를 비롯해 한국·캐나다 공동제작 '상자', '나 그리고 숲', 한국·일본 공동제작 '루루섬의 비밀' 등 국내외 협업을 지속하며 한국 인형극의 표현 영역을 확장해온 단체다.
대표작 '달래이야기'는 2012년 세계인형극연맹 총회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았으며, 프랑스·체코·캐나다·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공연됐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등 국내 주요 공연장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며 작품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이번 협력 제작은 이미 완성된 공연을 초청하는 방식이 아니다. 예술무대산이 오랜 시간 축적한 인형극 제작 방식과 움직임 훈련, 오브제 활용 노하우를 부산 청년예술인들과 공유하고, 지역 참여자들이 실제 창작 주체로 작품 제작에 참여하도록 설계했다.
예술무대산의 조현산 대표가 예술감독을 맡아 작품의 전체적인 방향과 인형극적 표현을 이끈다. 조현산 예술감독은 유니마코리아 이사와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인형극협회 회장과 춘천시립인형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하는 등 국내 인형극의 창작과 제작, 축제 및 정책 현장을 폭넓게 이끌어왔다.
각색과 연출은 배우와 움직임 연출, 영상 연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황승현 연출가가 맡는다. 황승현 연출가는 예술무대산의 야외공연팀 연출·배우로 활동하며 움직임극과 야외 퍼포먼스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바람의 연인', '시로시(詩)로 행복할거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등을 연출했으며, '달래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선녀와 나무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예술무대산의 주요 작품에 배우로 참여해 인형·오브제와 신체 움직임을 결합하는 창작 방식을 익혀왔다.
직장인에서 취업 준비생으로, 부산 청년의 오늘을 담다
'그의 하루'는 현대인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고독과 불안, 압박과 희망을 인형과 오브제, 광대극과 신체 퍼포먼스로 표현한 작품이다.
기존 작품의 주인공 ‘그’는 반복되는 출퇴근과 과도한 업무에 지친 직장인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사업의 취지와 참여 청년예술인들의 현실을 반영해 주인공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 반복되는 준비와 평가, 타인의 시선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청년의 일상을 무대 위에 담는다. 작품에 참여하는 청년예술인들이 자신과 동시대 청년의 삶을 직접 표현함으로써, 원작의 보편적인 메시지에 지금 부산 청년들의 현실과 감각을 더한다.
무대에는 주인공 ‘그’를 비롯하여 총 8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그’ 는 배우가 연기하다가 인형으로 변하기도 하고, 장면에 따라 다른 배우들이 ‘그’를 대변하기도 한다. 배우들은 인물과 배경, 오브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 청년의 내면을 시각적인 이미지와 움직임으로 펼쳐 보인다.
언어에 의존하기보다 인형과 오브제, 배우의 신체 움직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관객이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익숙한 일상의 사물은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존재가 되고,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무대는 청년의 하루를 낯설지만 공감 가능한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반복되는 하루 끝에서 발견하는 작은 위로
취업을 준비하는 ‘그’는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생계를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언젠가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리라는 희망 하나로 버틴다. 끝없는 기다림과 수많은 좌절 끝에, 마침내 그는 계약직 사원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제 시간에 집을 나섰지만 눈앞에서 버스는 떠나고,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의 파도에 휩쓸린 끝에 간신히 직장에 도착한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상사 앞에서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쏟아지는 업무 뿐이다.
끝없는 성과 경쟁과 상사의 압박 속에서 평범한 공간은 기괴한 서커스장으로 변한다. 청년은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거듭되는 실패와 압박 끝에 마침내 벼랑 끝에 내몰린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오래전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의 앞에 펼쳐진다.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간 뒤, 그는 구겨져 버려진 이면지 한 장을 발견한다. 종이로 작은 배를 접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불어주는 짧은 순간, 무표정했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거창한 성공이나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다시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작고 사소한 감정이 그에게 남는다.
작품은 청년이 겪는 불안과 좌절을 단순한 절망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이유를 찾으며 오늘을 견디는 이들에게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연출 의도 역시 시스템 속에서 버텨야 하는 현대 청년의 현실을 바라보며, 이 공연이 각자의 ‘버팀’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데서 출발한다.
낯선 장르와 만나는 경험, 청년예술인의 다음 경력으로
인형극과 퍼펫티어라는 장르는 부산 청년예술인들에게 여전히 낯선 분야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것만을 반복하기보다, 청년예술인들이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장르에 도전하며 자신의 표현 범위와 활동 가능성을 넓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참여자들은 전문 창작진의 움직임 훈련과 인형·오브제 워크숍을 거쳐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다.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하나의 인형과 오브제를 움직이며, 신체와 공간, 사물의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공연이 완성되기까지의 연습과 제작 과정 자체가 청년예술인에게 하나의 교육이자 실질적인 경력이 되는 셈이다.
한편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지난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올해도 본 사업을 후원하며 지역 청년예술인의 창작활동과 문화예술 분야 일자리 창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재)부산문화회관,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전문예술단체 예술무대산이 함께하는 이번 사업은 공공기관과 기업, 전문예술단체가 협력해 지역 청년예술인을 육성하는 문화예술 협력 모델로,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의미를 더하고 있다.
(재)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이번 작품은 부산 청년예술인들이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인형극과 움직임 기반의 창작 방식을 전문단체와 함께 경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처음 만나는 장르가 어렵고 낯설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향후 창작 활동의 중요한 자산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청년예술인이 기존의 장르와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공연 언어를 배우며 자신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제작이 결합된 인큐베이팅을 지속하겠다”며 “공공극장이 지역 청년예술인의 새로운 도전을 함께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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