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는 발걸음 / 은월 김혜숙
 달팽이를 본다...
배춧잎에 슬슬기어가는
 산목숨 저렇게 우린 살아왔으리
 가끔 참새가 휙
 지나가며 짹, 외마디 
 할 때 철렁이는 순간의 날숨
 비라도 한줄 내리면
 재촉이며 걷는 발소리가
 점점 심장 박동소리와 같이
 가슴팍으로 달겨드는 들숨
 저녁 노을에 황혼빛이
 곱게 물드는 저들도
 하늘 위를 걸어서 저기까지
 다 닿을 때 얼마나 총총대고
 갔으리
 그러나
 달팽이는 배춧잎을 갉아먹고
 숨어있다 우연히 내게 와버린 
 무수히 많은 발자국들
 삶이 기어가던 뛰어가던
 누워 자던 덧없이 내려가든
 그저 살아가는 발걸음은
 종착에 이르러 내 쉴
 곳을
 찾게 되는 것은 끝내
 배추잎 그늘
김혜숙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현대시인협회 간사,
 서울문학 문인회 이사, 우이시회 회원, 시가 흐르는 서울 낭송회 이사, 현대시인협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임 보 원로시인의 시 '길 없는 길' 을 낭송할 때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먹먹해 져 옴을 느꼈다.
(시평) 자연과 호흡하는 미세한 동물들을 보는 순수하고 참신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세밀한 통찰력으로 개성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달팽이, 참새, 비, 저녁노을 등을 형상화하여 시적 감성과 잘 융합하여 폭넓은 시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깊이있는 시입니다. (상임고문 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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