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기획(2)] 대참사 일어나도 처벌받는 자가 없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7-04-17 02: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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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인양 후 목포신항으로 진입중인 세월호 (사진: 도진호)[세월호 3주기 특별기획 – “안전하십니까? 대한민국”]

 

[파이낸셜경제=전병길 기자] 1973년 1월 25일 목포항을 출발해 가치도로 향하던 한일기선 소속 한성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승무원과 탑승객 48명은 구조되었지만 42명이 실종되었고 수습된 시신은 19구에 지나지 않았다.

 

이 당시 사고원인은 95명 정원인 배에 100명 넘는 승객과 화물을 초과해서 실은 데다 파도가 심해 선실문을 밖에서 잠그는 바람에 승객들이 대피할 수 없었던 점을 들고 있다. 한성호를 이용하는 마을 주민들은 실종자수가 72명이라고 신고했고 중간에 하선한 27명의 승객을 감안하면 정원보다 60명 이상의 승객과 화물을 싣고 악천후 속에 무리하게 운행했다는 것이다.

 

닮은 꼴 해난 사고의 반복인재(人災)는 피할 수 있었다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파장금항을 출발해 부안 격포항을 향하던 서해훼리호가 침몰했다. 221명이 정원인 서해훼리호는 362명의 승객을 태운 채 출항했다. 중간에 돌풍을 만나 운항을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순간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다. 9개의 구명정 중 2개의 구명정만 작동되어 겨우 70명만이 구조되었고 나머지 292명은 불귀의 객이 되었다.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세월호 침몰원인은 화물과적, 화물 고박상태 불량, 급선회 때문이었다. 20년 전의 서해훼리호 사고, 40년 전의 한성호 사고와 비교할 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만일 한성호가 침몰했을 때 안전을 위한 규정과 제도를 제정했더라면, 서해훼리호 사건을 겪으며 재난구조에 대한 방침을 만들었더라면 세월호는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 조난을 당했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이미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평형수 제거, 화물고박불량안전 위협하는 불법 관행이 사고원인

 

청해진해운은 2011년 3월 일본의 연안여객선 ‘나미노우에호’를 중고로 구입해 들여왔고 2012년 10월 22일 ‘세월호’로 신규등록해 운항을 시작한다. 그러나 배를 매입한 후 무리하게 배를 증축한 탓에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배의 복원성이 떨어졌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의 해양수산부 승인을 받은 복원성자료에 따르면 복원성을 유지하면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치는 1,077톤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세월호는 사고 당일 모두 2,142톤 상당의 화물을 싣고 있었다. 무려 1,065톤을 초과한 화물을 실었던 것이다. 그 대신 평형수와 연료를 줄여 초과중량만큼의 무게를 덜어내고 운항에 나섰다.

 

평형수는 선박 밑바닥을 채우는 물인데 배가 흔들리면 배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 선박 안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배에 실을 수 있는 한계가 있어 화물을 더 많이 실으려면 평형수를 빼 무게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무게중심이 배의 위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균형을 맞춰줄 평형수는 없어 배의 복원성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안전에는 심각한 위험으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이윤을 목적으로 평행수를 빼고 화물을 더 싣는 식의 편법이 자행되어 왔다.

 

세월호는 화물의 고박상태도 불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항소심 판결문에는 고박업무를 담당하는 세월호 1등 항해사가 “청해진 해운 물류팀 차장이 현장인부들에게 화물을 무조건 많이 적재하고, 컨테이너는 상단에 로프를 돌려 묶는 방법으로만 고박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말했다고 밝혔다.

선박안전법 39조에 의하면, 선박의 화물은 운항관리규정 첨부 차량적재도 및 화물 고박장치도에 정해진 방법으로 적재하고, 항해 시 화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박해야 한다.

 

청해진해운, 1천만원 벌금형으로 끝나

 

선박복원성의 결함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리하게 운항을 하게 했고, 더 많은 이윤을 위해 화물화적과 화물고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청해진해운은 대형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해진해운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청해진해운이 이윤을 위해 상습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무시해왔다는 것은 검찰공소장이 잘 말해준다. 검찰 공소장은 청해진해운 2013년 3월 15일부터 2014년 4월 15일까지 139회에 걸쳐 불법운항을 통해 29억 6000만원의 초과운임을 취득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청해진해운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고작 해양환경관리법의 과실선박기름배출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 전부다. “업무상과실로 세월호가 침수되면서 유류탱크의 통풍관을 통해 벙커C유, 경유, 윤활유를 주변해상으로 배출한 것”에 대해 처벌하는 것에 그쳤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중형이 선고되어야 마땅할 것이나 법원이 청해진해운과 책임자들에게 어떤 벌을 내렸는지 살펴보면 실망을 금할 길이 없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기업을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 과실선박매물죄 등의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는 행위자 개인을 처벌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청해진해운을 처벌할 근거가 되지 않아서다. 가벼운 죄값도 실망스럽지만 처벌 받았다는 자체가 면죄부로 작용한다는 점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세월호의 무사인양을 기원하는 설치물들 (사진: 도진호)

 

대부분의 책임자들 무죄판결

 

한편 검찰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기소와는 별개로, 세월호의 과적과 화물고박부실에 대해 청해진해운 대표이사 김한식과 임직원들, 화물 하역업체인 우련동운 관계자, 한국해운조합 운항 관리자 등을 선박안전법 제 28조 1항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횡령·배임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1심에서 피고인들의 무리한 선박중개축과 화물과적, 부실 고박 등이 세월호 침몰 원인이라고 했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우련통운 관계자들의 화물과적 및 고박부실에 대한 잘못은 부분적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선박안전점검을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들의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는 징역 7년 및 벌금 200만원이라는 형이 내려졌다.

 

김한식 대표에게 적용된 죄는 횡령 및 배임죄,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선박안전법 위반으로 나왔는데 이 중 횡령·배임을 제외하면 형량은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

 

이를 통해 볼 때 재해사고가 일어날 경우,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번 세월호 사고가 이례적일 뿐, 기업의 하위직원이나 현장책임자 정도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 정도로 끝난다.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재해발생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기업의 책임을 분산시키는 조직구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전관리 시스템의 결함과 미비는 경영책임자의 과실이 아닌 하위직원, 현장책임자의 잘못이라 나오는 것이다.

 

이익을 위해 안전조치, 보건조치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지속하게 되고 안전을 무시하는 기업문화와 조직구조가 일상화되지 않도록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강력한 처벌이라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재해예방에 힘쓸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 주요 참고 자료:

(2016.06.23 국회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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